

IT 컨설턴트 한애리 멘토님
IBM Japan, Ltd.에서 컨설턴트로 근무 중경험 직종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 PM·PO / 컨설턴트 / 데이터 분석가 / 운영 매니저 / 에반젤리스트 / 2D 디자이너 / 3D 디자이너 / UI/UX디자이너 / 개발 매니저
멘트리 멘토 인터뷰
n문n답
Q1. 간단한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일본 취업 12년차입니다. 한국에서 디자이너로 5년 일한 경력까지 사회생활 17년차에요. 디자인과 엔지니어링을 거쳐 프로덕트 매니저, 데이터 분석을 경험했습니다. 지금은 IBM Japan에서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어요. MBA 2년차를 병행하고 있어요.
Q2. 한국에서 디자이너로 일하시다가 IT 엔지니어로 직종전환을 하면서 일본에 처음 오셨죠. 왜 그런 선택을 하셨나요?
일본 취업이 우선순위는 아니었어요. IT 엔지니어가 되고 싶었어요.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느낀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서요. 열심히 디자인을 해서 들고가면 엔지니어가 안 된다고 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저 사이트는 되는데 여기는 왜 안 돼?”라는 생각이 들었죠. 진짜 안 되는 건지 그냥 안 된다고 하는건지, 스스로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처음에는 일본어를 전혀 못했어요. 히라가나도 못 읽는 상태에서 일본 취업을 위한 IT 국비지원 교육을 받았어요. 첫 회사는 IT 파견회사였어요. 이직과 이직을 거치며 커리어패스를 쌓아왔어요.
Q3. 일본 취업 첫 회사로 IT 파견회사를 선택하려는 분들이 많이 있어요. 파견회사 괜찮은가요? 애리님의 경험을 들려주세요.
장점이 있어요. 취업의 문이 낮아요. 저는 일본어도 잘 못했고 IT 경험도 없었어요. 언어적으로나 실력적으로나 조금 미숙해도 포지션을 열어주는 곳이죠. 한국인을 받아주는 경우에는 비자나 생활면에서의 서포트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좋아요. 어려운 점도 있어요. 파견나간 회사의 정사원과 처우 차이가 나고, 개인이 성장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주어지지 않아요. 자칫하면 파견회사에 안주하게 될 수 있어요. 저는 “파견사원이니까” “한국인이니까” 라는 제약에 얽매이지 않고 일본인답게 일하고 제안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었어요. 파견처에서 일하면서도 안 되면 안 된다고 명확하게 이야기했어요. 혼날 일도 많이 있었어요. 파견나간 회사에서 정사원 제의를 받았어요. 당시에 제가 스킬적인 면에서 아주 뛰어나지는 않았어요. 그보다는 회사 동료들이 보기에 같이 일하기 편한 상대였어요. 통쾌 상쾌하다고 할까요. 이야시케(癒し系, 마음이 편안해지는 속성)라는 강점을 어필했어요.
Q4. 그간 SE 엔지니어, 프로덕트 매니저(서비스 기획자), 테크 에반젤리스트, 컨설턴트까지 다양한 경험을 쌓아오셨어요. IT 엔지니어로 시작해서 어떤 길을 갈 수 있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께 좋은 롤모델이 될 것 같아요. 애리님의 커리어패스에 대해 들려주세요.
이직을 자주 했어요. 12년 동안 일한 회사가 7군데쯤 됩니다. 첫 이직은 니코니코동화라는 동영상 플랫폼을 만드는 회사에 SE(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갔어요. 일본의 오타쿠적인 콘텐츠를 전부 만져볼 수 있는 곳이에요. 사내에서 저는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는 엔지니어로 통했어요. 여기저기 불려다니느라 바빴어요. 3년 동안 니코니코동화에 있는 33개 서비스에 한번씩은 다 손대봤어요. 집에서 회사 와이파이에 접속할 수 있을 정도로 회사와 가까이 살면서 밤낮없이 일했어요. 두 번째 이직은 해외 30개국에서 라인과 비슷한 메신저 서비스를 전개하는 회사의 프로덕트 매니저(서비스 기획자)로 갔어요. 니코니코동화는 일본의 콘텐츠 최강자였지만, 일본에만 있는 특이한 서비스에요. 일본의 서비스가 해외에서도 통할까? 라는 데 관심이 생겨서 옮기게 됐어요. 프로덕트 매니저는 우리 서비스에 어떤 기능을 어떻게 넣어서 제공할지를 기획하는 역할이에요. 그 일을 더 잘하려다 보니 데이터분석이 꼭 필요해졌죠. 우리 서비스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했을 때 사용자 반응이 어떨까? 그 질문에 대해 가설을 세우고 검증하는 게 데이터분석이에요. 매일매일 해외 50개국의 KPI 데이터를 분석했어요. 데이터분석을 더 잘 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세 번째 이직을 했어요. 한국에서 B2B 데이터 분석 서비스를 하는 회사의 일본법인이었어요. 작은 회사는 올라운더를 필요로 해요. 한국에서 기본개발을 하면 일본에 맞게 수정하는 엔지니어 역할도 했고, Technical Account Manager 역할도 겸임했어요. 여기서 한 걸음 나아가면 Evangelist가 돼요. 영업과는 좀 달라요. 새로운 기술의 필요성을 전파하면서 자연스럽게 우리 솔루션도 검토해달라고 하는 역할이에요. 마치 선교하는 것처럼요. 데이터분석을 하면서 온라인 데이터를 계속 봤어요. 오프라인 데이터는 어떨까 궁금해졌어요. 사물인터넷(IoT) 기술로 수집되는 사용자의 물리적 반응이요. 그래서 네 번째 이직은 광고플랫폼 회사로 갔어요. 이 회사에서는 일본 택시에 디지털 사이니지를 도입하는 신규사업을 개발하고 있었어요. 택시 타면 좌석 앞쪽 모니터에서 광고가 나오잖아요. 온라인 데이터와 오프라인 데이터를 모두 볼 수 있는 광고형태에요. 그걸 만드는 일을 했어요. 그때까지 저는 디자인, 개발, 프로덕트매니저, 고객사관리, 데이터분석을 다 경험해봤어요. 그 업무에 잘 맞는 인재였죠.
Q5. 애리님의 커리어스토리를 들으면 다양한 경험 속에서도 일관된 방향성이 느껴집니다. 일본에서 커리어를 시작하는 분들, 이직을 통해 다른 분야를 경험해보려는 분들께 조언을 들려주세요.
다양한 경험 하는 건 좋아요. 하지만 난데모야상(何でも屋さん,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는 인재라는 뜻)이 되지 마셨으면 해요. 그러려면 방향성이 있어야 해요. 데이터분석을 예로 들게요. 지금 하고 있는 일과 연결점이 없는데도 유행하니까 해보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러면 포텐셜이 나오지 않아요. 새로운 걸 하고싶을 때 너무 먼 데서 찾지 마시고, 실무에서 답을 찾아보세요. 저는 메신저 서비스의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하면서 해외 여러 나라의 KPI 데이터를 계속 봤어요. 이 숫자가 어떻게 나오는지, 어떻게 검증하는지 궁금해졌어요. 그게 바로 기업에서 데이터분석을 필요로 하는 심리에요. 다음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따져보면 됩니다. 엑셀로 하든 데이터분석 툴을 쓰든 그건 수단의 문제죠. 수단보다는 목적이 중요해요. 일을 하면서 뭔가 필요하고 궁금한 분야가 생겼을 때 스스로 해결해보려고 하는 거요.
Q6. 요즘 재미있게 본 콘텐츠가 있나요?
애니메이션을 정말 좋아해요. 시즌별로 하는 작품을 놓치는 적이 거의 없어요. 저에게는 굉장히 중요한 일이에요. 일본 사회가 지금 당면한 문제점과 심리를 잘 보여주거든요. 요즘은 타임슬립 하는 애니가 많아졌어요. 현실에 희망이 없으니 미래로 가자는 심리에요. 심지어는 인간이 아닌 다른 존재로 바뀌기도 해요. 슬라임이나 마법사 같은 거요. 그런 걸 보면서 일본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들이 지금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데 대해 한계점을 느끼고 있고, 인간 세상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는 걸 알 수 있죠. 영화도 가끔 봐요. 영화는 두 시간의 러닝타임 동안 어떤 스토리를 재미있게 끌고 가야 해요. 영화의 핵심은 스토리텔링이에요. 기승전결을 부드럽게 이어주고 관객의 흥미를 유발하는 트리거를 찾아봐요. 비쥬얼이나 단어, 사용하는 언어, 사운드, 분위기 같은 것들이요. 그게 회사에서 프레젠테이션 할 때도 굉장한 도움이 됩니다. 반드시 잘하고 싶은 프레젠테이션이 있다면, 다른 데서 오픈하지 않았던 저만의 무기를 가져가서 적당한 타이밍에 확 오픈을 합니다. 저만의 영화를 연출하듯이요.
Q7. 멘토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신 계기가 있을까요? 어떤 분들한테 조언해주고 싶나요?
멘토가 되고 싶은 계기는 딴 게 없어요. 저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많이 배우면서 성장했어요. 저도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요. 멘토라는 단어를 별로 좋아하진 않아요. 나이나 지위여하에 관계없이 다들 동등한 관계잖아요. 멘토링이라는 시스템 안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다 보면 제가 배울 수 있는 부분이 있고, 반대로 제가 돌려줄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거예요. 일방적으로 주는 멘토보다는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파트너라는 관점에서 관계를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어요. 저는 그냥 백지상태인 분들을 만나고 싶어요. 멘토링을 한다고 하면 방향성이 일치하거나 각자 가고자 하는 길에 맞는 사람만 찾잖아요. 이런 게 하고 싶은데 이런 분야에 있는 분과 만나고 싶다거나. 그것만큼 안타까운 게 없어요. 그보다는 반대 방향에 있는 분과 만났으면 좋겠어요. 다른 걸 경험할 때 자기 세계를 더 잘 들여다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너무 아무 생각 없는 건 아닐까” 이런 걱정 마시고, 이해가 잘 안 가거나 당혹스러운 부분이 있으면 바로바로 말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