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출발은 없다! BX 디자이너로의 커리어 개척기
‘안정성 보다는 성장’ 한국에서의 탄탄한 커리어를 버리고 일본에서 BX 디자이너로 성공적으로 커리어 전환
일본 이주에 관심 있는 분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찾아가면 단골손님처럼 등장하는 질문을 볼 수 있다. ‘언제 일본에서 경력을 시작하는 것이 좋나요?’, ‘30대 초반인데 너무 늦지 않았을까요?’ 등등 이주의 ‘적절한’ 타이밍에 대한 질문이다. 최근의 추세는 20대 중-후반에 일본으로 넘어와 커리어를 시작하거나, 아예 대학교 (재)입학을 일본생활의 출발점으로 삼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추세와 비교할 때 윤병우님의 일본 커리어는 상대적으로 늦은 30대 중반에 시작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그래픽 디자이너의 세계에서 BX 디자이너로 성공적으로 커리어 전환을 일구어냈다. 한국에서의 직무 경험을 바탕으로 일본으로의 이주를 모색하는 분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멘토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을 때 ‘버티는 힘’
일본에 오기 직전까지 윤병우님은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한국에서 탄탄한 커리어를 달리고 있었다. 많은 수의 유명 영화 포스터가 그의 손을 거쳐 탄생하였다. 하지만 그래픽 디자인 분야를 선도해 온 국가 중 하나인 일본 시장에 대한 동경은 늘 마음속에 품고 있었고, 마침 지인을 통해서 한국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던 일본 중소기업으로부터의 영입 제안을 받게 되었다. 윤병우님은 과감하게 한국에서 걷던 길을 벗어나 일본으로의 진출로를 택했다. 안정성보다 디자이너로서 한층 더 성장하고 싶은 마음이 컸고, 중소기업을 발판으로 일본의 유명 그래픽 회사에서 일을 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인생살이의 의외성은 언제나 우리의 계획을 꼬아놓기 마련이다. 윤병우님이 일본에 와서 일을 시작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사장이 회사돈을 횡령하고 야반도주하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 벌어졌다. 윤병우님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느낀 점은 성공적인 외노자 생활을 위해서 빼어난 커리어 전략만큼 중요한 것은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을 때 ‘버티는 힘’이라는 것이다. 사장의 야반도주라는 어이없는 상황 그리고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터진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충격 속에서 윤병우님이 어떻게 멘탈을 추스리고 다시 전진했는지 멘토링을 통해서 자세히 들어보시길 권한다.
브랜드 디자이너로의 여정
커리어의 저점을 맛보게 했던 몇몇 사건에도 불구하고 윤병우님은 과감한 선택을 멈추지 않았다. ‘너무 늦었다’는 지인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래픽 디자이너에서 웹 디자이너로 커리어 전환을 본격적으로 시도한 것이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한국과 일본을 잇는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던 윤병우님은 커리어 전환을 위해 일본 기업을 다시 한번 징검다리로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일본의 지인이 인터넷 마케팅 회사에서 아트 디렉터를 찾는다는 소식을 전해주었고, 그 회사는 결과적으로 코딩 공부를 위한 최적의 환경과 함께 디지털 마케팅 업무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었다. 광고 포스터와 같은 전통적인 그래픽 디자인과는 달리, 디자이너가 만들어 낸 결과물에 대한 고객의 반응을 바로바로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마케팅의 매력은 윤병우님을 확 끌어당겼다. 거기에 더해서 회사는 그동안 프리랜서로서 소규모 클라이언트와 주로 일을 했던 윤병우님에게 대기업 클라이언트와 협업하는 경험을 안겨주었다. 자신의 커리어 목표에 부합하는 회사를 선택하고 거기서 회사의 자원을 활용해 자기 성장을 일구어내는 것은 커리어 개발의 노른자라고 볼 수 있다. 윤병우님과 멘토링 시간을 갖는다면 본인의 입맛에 맞는 회사를 탐색하고 진입로를 찾는 방법에 대해서 더 자세한 조언을 구하기를 추천한다.
현재 윤병우님은 클라이언트의 의뢰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자체 서비스의 브랜드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의료산업 스타트업으로 이직해서 그간 쌓아온 내공을 발휘하고 있다. 이직에는 순전히 업무와 관련된 요인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요인도 작용했다. 오히려 그러한 개인적인 요인이 현재 속한 조직에서의 업무에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촉매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 여러 차례의 커리어 굴곡을 오르내린 후 마침내 자신의 원하는 조직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움켜쥔 윤병우님의 여정은 많은 분들에게 영감이 될 것이라 믿는다.
기억에 남는 이야기
“당시 웹디자인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컸어요. 한국에서 큰 기업 임원하는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미쳤냐, 니 나이를 생각해라’. ‘기술도 엄청나게 빨리 바뀌고 트렌드도 빨리 바뀌는데 지금 하면 바닥부터 시작인데 왜 잘하던 거 그만둬?’ 그런데 2011년 3.11을 겪고 나서 프리랜서로 전향했어요. 언제 죽을지 모르니 하고픈 일 하자고 생각해서. 프리랜서 하면서 웹디자인 일이 늘어나기 시작했어요”
다음에 해당하는 분들께 윤병우님의 멘토링을 권합니다.
- 비교적 늦게 일본 커리어를 시작하신 분
- 디자인과 디지털 마케팅의 접점을 찾고 계신 분
- 커리어 피봇팅을 고민하고 계신 분
글 노성철
본 기사는 2021년 6월 인터뷰를 바탕으로 작성하였습니다.